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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일지] 벌레 잡는 일상 (식물 해충 : 응애, 진딧물, 개각충/깍지진디, 작은뿌리파리)
    ×감성/식물 집사 이야기 2022. 10. 14. 21:00

    얼마 전 초보 식집사인 나에게 굉장한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다. 식물 이파리에 벌레가 우글대는 걸 발견한 것이다. 마당도 발코니도 아닌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에 벌레가 생기다니! 그것도 이렇게나 많이 😰

    벌레와 통성명을 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징 몇 가지를 찾아 검색해보니 어떤 놈인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응애
    spider mites
    Spinnmilben

    22년 9월 25일, 꽈리

    응애는 먼지만큼이나 작은 거미류 해충이다. 이파리 뒷면에 주로 서식하며 거미줄을 쳐서 다른 잎과 식물로 퍼져 나간다. 무성생식을 하고 성충이 되기까지 약 일주일밖에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 내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워낙 작아 먼지와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한두 마리만 있을 땐 잘 모르다가 거미줄과 함께 집단을 이루면 그제야 눈에 띈다.

    출처 :
    https://ko.m.wikipedia.org/wiki/%EC%9D%91%EC%95%A0

    응애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응애 8족보행의 작은 절지동물

    ko.m.wikipedia.org

    https://namu.wiki/w/%EC%9D%91%EC%95%A0

    응애 - 나무위키

    이 저작물은 CC BY-NC-SA 2.0 KR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라이선스가 명시된 일부 문서 및 삽화 제외) 기여하신 문서의 저작권은 각 기여자에게 있으며, 각 기여자는 기여하신 부분의 저작권

    namu.wiki

    거미줄이 좀 쳐져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 거미줄 위로 사실은 저렇게 작은 거미들이 기어 다니고 있었다. 소름이 끼친다. 크기는 작은데 더 징그럽다. 으!!!

    샤워 당하는 꽈리. 22년 9월 26일.

    응애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도 응애 전용 살충제를 사용하면 된다. 시중에 나온 살충제도 많고 직접 만들 수 있는 천연 살충제도 많지만 당장 처리하고 싶어서 그냥 물에 씻어버렸다. 화분을 랩으로 대충 싸서 흙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잎을 한 장씩 앞 뒤로 꼼꼼하게 씻어주었다.

    의외로 이렇게 잎 전체를 물로 헹궈주는 행위가 식물한테 좋다고 한다. 그래서 병충해 예방 겸 한 달에 한 번은 조심조심 식물 샤워를 시켜주려고 한다.

    목욕 후 꽈리. 22년 9월 26일

    다행히 샤워기로 열심히 샤워시킨 꽈리는 조금 고개를 숙이긴 했지만 찢겨나간 잎 없이 멀쩡했다. 당장은 눈에 보이는 응애도 없었다.

    그로부터 2주 뒤 10월 9일, 응애 5마리 정도를 발견하고 다시 씻어주었다. 이 응애들 찾으려고 거의 10분은 가만히 들여다본 것 같다. 워낙 작아서 찾을 수가 있어야지 아마 흙이나 잎에 남아있던 알이 부화해서 다시 번식한 것 같다.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응애는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미처 제거하지 못한 눈에 보이지 않는 알들이 곧 부화하겠지. 성충이 돼서 새로운 알을 낳기 전에 다시 씻어주기를 반복하려고 한다. 일이 주에 한 번씩 샤워시키면서 관찰해봐야겠다.

    처음 응애를 알았을 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식물을 키우면서 병충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이젠 알지만 당시에는 몰랐다. 식물을 키우는 일에 이렇게 손이 많이 가다니. 난 절대 고양이나 강아지는 못 키울 것 같다ㅠㅠ

    여러가지 해충 살충제 (Bauhaus에서 구매, 약 8유로)

    혹시 몰라 살충제도 구매해놨다. 물로 씻을 수 없는 식물에 응애가 번지면 살충제를 바로바로 쓸 예정이다.





    혹시 응애가 옮겨가지 않았을까 걱정이 돼서 다른 식물들도 열심히 살펴보던 와중에 무언가를 발견하고 말았다. 이번엔 응애가 아니었다. 이건...


    진딧물
    aphid
    Blattläuse

    앗, 진딧물에 집중하느라 놓쳤는데 저기 저 하얗고 길쭉하게 생긴 벌레는 뭘까. 으으 동네 벌레 다 모였다 🤢

    진딧물은 응애보다는 커서 눈에 잘 띄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이파리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새싹이 트는 부분을 간과하고 말았다. 같이 사는 플랫메이트가 발견하고 알려줬다.

    응애와의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해충을 맞닥뜨리다니! 히비스커스에 다행히 응애는 없었지만 여기저기 진딧물이 퍼져있었다.

    이번에도 그냥 씻어버렸다. 진딧물은 응애랑 다르게 물로 씻어도 잘 씻겨 내려가지 않아서 식물 줄기에서 긁어냈다.

    샤워시킨 뒤에도 미처 긁어내지 못한 진딧물들은 주방세제에 물을 섞어 스프레이로 뿌려줬다. 진딧물은 개체수가 응애만큼 많지 않고 물로 잘 씻겨지지 않기 때문에 물 샤워가 비효율적인 것 같다. 앞으론 그냥 다용도 해충약을 뿌려주며 지켜봐야겠다.




    개각충 (깍지진디)
    scale insects
    Schildläuse


    마찬가지로 히비스커스 잎에서 발견한 개각충(깍지진디). 여러 마리가 같이 모여있던 진딧물과 달리 깍지진디는 잎에 하나씩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아직 개체수가 많지 않아서 그런 건지 원래 군집을 이루지 않고 사는 건지 잘 모르겠다.

    잎에 완전히 박혀 물로는 절대 씻겨 내려가지 않아 손톱으로 긁어서 하나하나 떼어냈다. 약 서너 마리 정도 발견해서 떼어냈다. 겉보기에 노란색이며 움직이진 않았다.

    응애 없애려고 산 해충약이 진딧물과 깍지진디에도 작용을 하기 때문에 당분간 해충약을 물에 섞어 잎에 골고루 분사시켜주려고 한다.




    작은뿌리파리
    fungus gnats
    Trauermücken


    요새 날파리가 많이 꼬인다 싶었는데 이것 역시 식물 해충이었다. 특이하게도 흙 밑에 있는 뿌리에 해를 끼친다고 한다. 식물에 물을 주거나 화분을 움직이면 이름처럼 작은 검은색 뿌리파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작은뿌리파리들은 식물 크기에 비해 너무 큰 화분에 심어놓은 아디안텀 뿌리에 대량 서식 중이었다. 화분이 워낙 커서 물을 제때 흡수하지 못해 항상 화분 흙이 축축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된 모양이다.

    22년 9월 28일 아디안텀
    22년 9월 28일 아디안텀. 죽은 부분을 모두 잘라줬다.

    거의 방치해뒀던 아디안텀 화분에 새싹이 자라나는 걸 보고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병든 잎들을 다 잘라냈다. 이때 분갈이를 했었어야 했는데 동일한 화분에 그냥 뒀던 게 화근이었다.

    22년 10월 9일 아디안텀
    22년 10월 9일 아디안텀

    결국 묵은 뿌리들을 잘라버리고 살아있는 잎의 뿌리만 골라 알맞은 크기의 화분에 옮겨 심었다. 옮겨 심을 때 약 20~30마리 정도의 뿌리파리유충이 우글대는 것을 보았는데 너무 역겨워서 사진조차 찍지 못하고 처리해버렸다.

    22년 10월 12일 아디안텀

    3일 후 옮긴 화분에 있는 아디안텀의 모습이다. 작고 쭈굴거리는 잎들은 말라가는 잎이 아니라 놀랍게도 새 잎이다. 오래된 줄기 부분은 갈색인데 저렇게 새로 나는 잎줄기 쪽은 연한 녹색을 띤다.

    아마 처음 아디안텀을 들였을 때 저렇게 새로 난 잎을 말라버린 잎으로 착각한 게 아닌가 싶다. 이미 말라버린 줄 알고 관리에 소홀했었는데...

    뿌리파리를 없애고 나니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자라고 있다. 줄기가 길어지기만 할지 새로운 줄기가 생길지는 모르겠다.

    22년 8월 18일 아디안텀. 집에 처음 데려온 날.
    22년 10월 12일 노란색 파리덫을 여러개 설치한 모습


    뿌리파리가 우글대는 흙을 새로 교체했지만 파리 특성상 쉽게 다른 식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화분에 성충용 스티커 덫을 꽂아주고, 물을 줄 때 뿌리파리용 해충약을 섞어서 주었다. 스티커가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서 꽂자마자 어떤 스티커에는 여러 마리가 잡혀있었다. 다행인지 뱅갈고무나무 화분 이외에 작은 화분에 설치한 덫에는 아무 뿌리파리도 볼 수 없었다.

    뿌리파리약 (Bauhaus에서 구매, 약 10유로)
    파리덫 (Bauhaus에서 구매, 약 6유로)
    22년 10월 14일 뱅갈고무나무 화분에 설치된 파리덫

    글을 쓰고 있는 14일 현재, 덫에 붙은 작은뿌리파리를 제외하고는 한 마리도 날아다니는 걸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남아있는 뿌리파리 유충이나 알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당분간(4주)은 매주 뿌리파리약을 섞은 물을 주고 덫을 계속 설치해 둘 예정이다.





    하도 시달렸더니 반려식물을 키우는 건지 반려해충을 키우는 건지 분간이 안 간다. 처음엔 온 집안이 벌레로 들끓는 상상이 절로 될 정도로 충격+공포였는데 이젠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 적어도 벌레들이랑 통성명은 했으니 앞으론 이름을 부르며 박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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